제천 화재…‘생명의 소중함과 소방관의 명예를 위해’

김은주 기자 | 입력 : 2017/12/23 [21:41]
▲ 제천 화재 발생 당시의 모습을 담은 CCTV     © TV조선 화면캡쳐

    

제천 화재사고로 29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안전 사회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좀 더 잘하라는 질타도 나온다. 대통령과 정부도 팔을 걷어 부치고 참사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있다.

 

뉴스에는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사연이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이를 고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없는가 하는 의문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사력을 다한 소방관들에게 손가락질이 향하고 있다. 잘못된 것이다. 소방관들은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했고 사람을 살리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119대원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다. 정치인과 언론인이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것과 정반대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많은 것을 뒤집어 쓴 모양새다. 언론부터 잘못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소방당국의 미숙한 초기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였다는 식이다.

 

과연 소방관들은 늦장 대응을 했을까? 14분 만에 소방관들은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차장에 15대의 차량에 화염이 붙어 맹렬한 불길을 뿜고 있었다. 더구나 대형가스통 주변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설령 소방관들이 아무리 빨리 현장에 도착해도 소방차와 굴절 사다리차의 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불법주정차된 차량으로 인해 견인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고 결국 굴절 사다리 작업도 수월하게 진행하지 못했다. 소방관들의 진화가 늦은 결정적 이유이다.

 

한국의 불법주정차는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중소 도시는 심각하다. 소방차의 진입 확보를 위해 7M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위기에 대한 안전 의식은 거의 없다.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대형 사고가 나면 속수무책인 일종의 사각지대이다.

 

그렇다면 왜 소방관들은 그 차들이 비켜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나? 아무리 긴급 상황이고 심지어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이라도 소방차가 이를 파손 시키면 모두 보상을 해야 한다. 최악의 조건이다.

 

일본의 경우 30초라도 불법 주정차를 하게 되면 20만원의 과태료와 벌점도 물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한국은 벌점도 없고 4만원의 과태료에 그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법보다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이다. 한국은 대개 주차는 무료여야 한다며 공영주차장 이용보다 불법주정차를 선택한다. 반면 일본에서 주차비용은 반드시 지불해야 하며 특히 도로 위 법질서는 더욱 큰 사고를 막는 모두의 약속으로 본다.

 

아울러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돌아 볼 지점이 있다. 제천은 소도시이며 특별시, 광역시와는 다르게 소방공무원의 인력은 물론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차를 운전할 인력은 물론이고 보통사이즈의 소방파이프를 들기 위한 2~3명의 팀원도 부족하다. 혼자서 소방차를 몰고 가 혼자서 불을 꺼는 경우도 흔하다. 제천 소방관들은 인원 부족으로 인해 물줄기가 약한 파이프를 쓸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 강릉화재 진압중 순직한 두명의 소방관     © MBN화면 캡쳐


소방관들의 늦장 대응과 능력을 의심할 것이 아니라 100% 발휘 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조차 만들어 주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데도 맨 몸으로 불길에 들어가야만 했던 것이다. 우리는 엊그제 강릉화재로 두 명의 소방관을 잃고 다 같이 아파했었다.

 

한국의 소방관은 대한민국 남성 평균 수명의 2/3밖에 살지 못하고, 우울증 유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4배나 높다. 심지어 순직보다 자살하는 숫자가 많은 직업이다. 우리나라 전체 소방공무원수는 44,293명으로 최소 인력배치 기준보다 19,254명이 부족하다. 더구나 98% 가량이 국가직이 아닌 지방직으로 환경이 열악하다.

 

이번 화재에 출동한 제천소방서는 고층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장비인 굴절차와 사다리가 설치된 고가차를 각 한 대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 차량은 가격이 수 억원대여서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구매하기 어렵고, 고장이 나면 소방관들이 자비를 들여 차량을 수리해야만 했다.

 

이제 안전의 빈부격차를 직시해야만 한다. 소방공무원은 더 충원되어야 하고, 장비는 더 보강되어야 한다. 이것이 소방관의 명예도 살리고 생명의 소중함도 돌아보게 되는 길이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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